2008년 05월 26일
옛날, 그리고 지금의 이야기
덴오 패러디. 개인설정은 있지만 야오이는 아니빈다.
아니 마감이 6월 1일 자정까지로 늦춰져서 한 편만 쓴 거라니까요….
====================
"하나 씨, 학교는 잘 다녀 왔나요?"
시내의 한 구석에 있는 테마카페-라고 쓰고 사실은 별 오덕이 경영하는 별 오덕을 위한 별 오덕 카페라고 읽는다-밀크 디퍼의 문을 열면 언제나 '그 사람'이 나를 맞아 준다. 계절에 따라 옷이 바뀌고, 상황에 따라 책을 읽거나 노트북 컴퓨터로 무언가를 쓰는 등 하는 일이야 제각각이지만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그 등만은 변하지 않았다. 결코 넓다거나 단단하다고 할 순 없지만, 곧고 따뜻한 등. 나를 기다려 주는 등.
노가미 료타로. 엄마의 남동생. 아빠의 친구. 그러니까 나의 외삼촌.
나이는 마흔 여덟. 직업은 백수…더하기 프리랜서 번역가. 결혼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산다.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면 굉장한 미남이었고 지금도 굉장히 느낌 좋은 미중년이라 카페에 오는 아가씨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은데 어째서 결혼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엄마 말로는 연애운의 별이 비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이 없을 때엔 엄마와 카페에서 일하거나, 아빠의 조수 아마츠 군이 바가지 긁혀(하여간 아빠는 아직까지 힘도 좋아서, 수틀리면 그 좋은 사람에게 온갖 격투기 기술을 시전하며 못살게 굴고 있다) 도망가면 찾아 오거나 하며 한가하게 지낸다.
"엄마는?"
"누님은 커피 원두 좋은 게 들어왔대서 보러 나가셨습니다. 사쿠라이 씨는 오늘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아빠는 천문대에서 일한다, 별 오덕이니까) 야근이시고요. 하나 씨 배 고프지 않나요? 뭐 먹을래요?"
참 이상한 일이지만 삼촌은 나를 하나 씨라고 부르며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늘 웃으며 '그게 습관이 되어서요'라고 대답해 주었다. 아빠의 증언에 따르면 내가 태어나기 전 부터 하나 씨라고 부르며 꽤나 깍듯하게 대했다는데(그러니까 내 이름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거다)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배 고프지 않아. 그런데 삼촌, 지금부터 두 시간 정도 누가 나 찾아와도 없다고 그래. 저얼대! 특히 머리 번개 맞은 것 처럼 올리고 가죽 잠바 입고 바이크 타고 다니는 사내자식! 걷어차서 쫓아내도 좋아! 아니 쫓아내 버려! 경찰을 불러!"
"무슨 비러먹을 짭새냐 짭새는!"
아, 벌써 쫓아왔네. 끈질긴 자식!
삼촌의 머리 위로 물음표 대여섯 개가 뜨는 것과 동시에 문이 박력있게 열렸다.
문을 연 녀석은 머리를 번개맞은 것처럼 올리고 꼴에 좀 노는 것처럼 가죽잠바와 체인 허리띠를 두른 사내자식이었다. 이름은 오니지마 모모(鬼島 桃). 생긴 것 처럼 논다고 이 근방에서 굉장히 유명한 싸움꾼이지만, 아쉽게도 불량배는 아니다. 불량배의 길을 걷기엔 대단히 멍청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녀석에 대한 내 전적은 30전 30승 0패.
"이 몸, 등자-#@%$#^%$@^%$@&@$%!?!?!?"
문은 열었으되, 녀석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문 바로 앞이 계단이다. 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리라.
꼴사납게 굴러 계단 아래 대(大)자로 엎어진 모모는 팔다리만 슬쩍 경련할 뿐 별 움직임이 없었다. 가게 손님들이 놀라 돌아보고, 료타로 삼촌이 으아아아아 저 사람 죽은 거 아닐까? 하고 경악했지만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야쿠자까지 섞인 21명과 싸워 이긴 녀석이다(1대 21은 아니고 4대 21이었지만). 설마 죽었으려고.
"죽었으면 가만 있고 안 죽었으면 당장 껒여. 신성한 밀크 디퍼에 너 같이 4도 못 세는 멍청이를 들여놓고 싶진 않거든."
개구리처럼 자빠져 있던 모모가 발딱 일어나 앉았다.
4를 못 센다는 건 사실이다. 초등학생 4학년 때 까지는.
"지금은 셀 줄 알아! 그 땐 초등학생 때였다고! 그건 그렇고 하나 코딱지 계집애, 너 당장 바이크 열쇠 내놔. 학교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단 말이다!"
"바보니? 택시라도 타고 올 일이지."
"잠시만…요."
어라?
삼촌이 남의 이야기 도중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끼어드는 건 처음이다. 큰 소리랄까, 삼촌은 굉장히 당황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눈 속에 숨은 빙판을 밟아 넘어지며 커피 콩 포대가 찢어져 콩이 빙판에 와르르 쏟아지는 모습을 볼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맹한 표정으로 나와 삼촌을 번갈아 바라보는 모모의 앞에, 삼촌이 살짝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고는 굉장히 절박한, 간절한 목소리로 녀석에게 물었다.
"혹시 이름 중에 모모…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모모가 엥? 이 아저씨 누구?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삼촌의 질문에 후딱 대답하라는 뜻에서 녀석의 머리를 친히 쥐어박아 주었다.
"이씨…너 이따 두고 보자. 나는 오니지마 모모라고 해. 근데 아저씨는 누구야?"
"오니지마 모모…역시, 모모군요. 저는 노가미 료타로입니다. 하나 씨의 외삼촌이지요."
"아-?! 아저씨가 그 노가미 료타로야? 나, 아저씨가 번역한 그 만화책, 그 뭐지, '개구리 충사 게로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
"만화책 이야기 뿐입니까 너란 녀석은. 삼촌은 유명한 소설책도 잔뜩 번역했단 말이다!"
"소, 소설도 읽었어! 아니 읽을 거야!!! 내가 뭘 읽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삼촌은 따스한 표정으로 우리의 바보같은 대화를 듣고 있었다. 내가 학교 이야기나 드라마 이야기를 떠들 때 마다 보여주던, 그 안온하고 평안한 웃음이었다.
"번역물이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어 감사합니다. 분명 작가들도 기뻐하실 겁니다. 그런데 손, 굉장히 아플 것 같은데 치료해 줘도 될까요?"
자빠지면서 어디 긁힌 모양인지 녀석의 손등에 피가 맺혀 있었다. 괜찮아, 침 발라두면 나아- 하고 모모가 상처를 핥으려는 걸 삼촌이 덥석 손을 잡더니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진지하고 다정하게, 말했다.
"내가 걱정되어서 그렇습니다."
꺄악, 삼촌 멋있어. 상대가 모모 따위 바보 멍청이가 아니었으면 당장 장가 보냈을 거야.
머뭇대던 모모가 겨우겨우 손을 내밀었다. 모르는 사람에겐 일단 으르렁대고 보는 녀석인데, 삼촌도 그렇고 삼촌이 번역한 만화책 앞에 무릎을 꿇은 것 같다.
"모모 군은, 싸움을 많이 하는 편이지요?"
"어? 하지만 그건 녀석들이 먼저 시비를…!"
"모모 군이라면 분명 허투루 싸움을 먼저 벌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모모가 시베리아 벌판에 투척된 메○트론만큼이나 조용해졌다. 모모는 멍청해서 남의 악의는 제대로 갚지만 선의나 호의에는 어쩔 줄 몰라하는 놈이다. 그렇다고 너 우리 삼촌 넘보면, 정말 거적때기에 돌돌 말아 오다이바 관람차 꼭대기에서 던져 버린다.
삼촌은 그런 녀석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그만큼 따스해 보이는 손길로 약을 발라 주었다.
"하지만 몸은 조심해 주세요."
"…죄송합니다아아아아."
"죄송은 한 번이면 충분하답니다."
"어? 내가 아저씨에게 전에 사과 한 적 있어?"
"아아…그렇죠, 오늘 처음 만난 사이죠. 이건 잊어 주세요. 예전 일과 좀 혼동했나 봅니다."
예전 일?
무슨 일인지 영 알 수 없어 더 캐어 물으려던 찰나, 모모의 전화벨이 울렸다.
착신음으로 봐서, 분명 '그 녀석'이다. 또 작당질을 해서 뭔가 사고를 칠 모양이군.
"뭐냐 거북이. 바이크? 몰라, 하나 코찔찔이 계집애가…뭐?! 꼬맹이랑 곰탱이가 바이크를 어쨌다고?! 으아아아악 안 돼!"
다시 한 번 모모의 까무러칠 듯한 비명소리가 가게를 뒤흔들었다. 그래, 그 노란 곰탱이의 손에 걸리면 뭐든 해체는 순간이지.
전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일부러 듣는 게 아니다, 모모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다 들리는 것 뿐이야!) 삼촌이 조용히 물어왔다.
"거북이, 곰탱이, 꼬맹이…다 친구들인가요? 내 예상이 맞다면, 이름 중에 우라, 킨, 류가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만…."
"에에에에엑?! 우왓 삼촌, 설마 제 육감에 눈을 뜬 거야?!"
이십 몇 년 전에 인기있었다던 욘사마랑 꼭 닮은 바람둥이이며 거짓말의 대가 카메하마 우라(龜浜 浦).
오사카에서 전학 온, 쓸데없이 힘만 세서 학교 비품이란 비품은 모조리 한 번씩 박살내어 본 쿠마야마 킨이치(熊山 金一).
세계 비보이 경연대회에서 준우승까지 갔던 팀의 에이스이자 동물 매니아인 초딩녀석 시온 류타(紫音 龍太).
이쯤 되면 삼촌이 갑자기 신내린 것 아닌가, 하고 좀 무서워지는데요오.
나는 몹시 당황하면서 삼촌에게 대학에서 새로 사귄 녀석들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친구랄까 여튼 어쩌다보니 얽히게는 되었어도 저엉말로 얼굴 빼고 쓸 데 하나 없는 한심한 녀석들이다. 하지만, 삼촌에게 녀석들의 이야기를 해 준 적도 없고 녀석들도 이 가게에 찾아온 적은 없을 터였다(여자 손님이 많다는 사실을 알면 우라녀석은 분명 부리나케 튀어올 지도 모른다, 아니 아르바이트를 자원하겠지).
내딴에는 개그와 악의를 적절히 섞어 말한 건데, 듣는 삼촌은 굉장히 진지했다. 뭔가 무서울 정도로 깊이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군요. 다들 여기 있었군요…다행이야. 역시 다시 만날 수 있었어."
"에? 삼촌, 무슨 말이야? 하나도 이해가 안 가."
삼촌이 손으로 눈을 비볐다. 손등에 묻어나는 저것은, 눈물이다.
어라?
왜 삼촌은 그 녀석들 이야기를 들으며 우는 거지? 삼촌은 어떻게 모모부터 시작해서 그 시끄러운 녀석들의 존재를 알아맞힌 걸까? 게다가 그 녀석들의 이야기에 오랫동안 알아 왔던 친구 소식을 듣듯이 반응하는 건, 도대체 뭐야?
"왜 그러냐니까, 좀 알려 줘! 삼촌이 그러니까 궁금해 죽겠잖아."
삼촌의 소매를 붙들고,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를 때 처럼 떼를 썼다.
분명 삼촌은 이야기 해 줄 거야. 이렇게 소매를 잡고 흔들면 뭐든 말해 주었으니까. 시간 여행을 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도, 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불행한 남자아이의 이야기도 실컷 해 주었으니까. 거짓말이라도 진짜라도, 말해 줄 거야.
하지만 삼촌은 내 기대를 배신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젠 이렇게 졸라도 들어 주지 않을 정도로 내가 커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속어로는 약발이 안 선다는 거겠지.
삼촌이 다시 한 번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은, 정말로, 정말로 기쁘게 웃고 있었다.
꼭 그리운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그저, 옛날 일이 생각나서요."
그래, 궁금하긴 하지만, 말 안 해 줘서 속상하긴 하지만, 소중한 삼촌이 웃는 것으로 만족하자.
속을 모르는 모모만이, 나와 삼촌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
다시 말하지만 여름철의 대삼각형 세 별 중 하나인 데네브는 한자로는 천진(天津)이고 일본어로는 아마츠이빈다…중얼중얼
료타로는 덴라이너즈들과 작별했지요. 그리고 데네브도 유우토를 원래 있던 시간에 던져둔 뒤 제로라이너와 함께 홀랑 가 버렸다는 설정. 몇 년 후 유우토가 사쿠라이 상으로 다시 노가미 남매와 만나 다시 속도위반 결혼을 하야 태어난 하나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의 이야기입니다. 후후.
네? 하나는 특이점이라 잊지 않는다구요? 이건 2007년의 료타로에게 나타난 하나가 아니라 그 이후 새로 수정된 시간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최종 수정된 2008년 이후의 시간 속에선 애초에 하나가 료타로에게 오지 않았던 겁니다! 유우토는 2007년 이전으로 되돌아갔으니 기억을 잃지 않은 거구요!!! 중요한 건 모에이지 설정이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세요! 저도 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원래 그러려니 하세요. 음하하하
아니 마감이 6월 1일 자정까지로 늦춰져서 한 편만 쓴 거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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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씨, 학교는 잘 다녀 왔나요?"
시내의 한 구석에 있는 테마카페-라고 쓰고 사실은 별 오덕이 경영하는 별 오덕을 위한 별 오덕 카페라고 읽는다-밀크 디퍼의 문을 열면 언제나 '그 사람'이 나를 맞아 준다. 계절에 따라 옷이 바뀌고, 상황에 따라 책을 읽거나 노트북 컴퓨터로 무언가를 쓰는 등 하는 일이야 제각각이지만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그 등만은 변하지 않았다. 결코 넓다거나 단단하다고 할 순 없지만, 곧고 따뜻한 등. 나를 기다려 주는 등.
노가미 료타로. 엄마의 남동생. 아빠의 친구. 그러니까 나의 외삼촌.
나이는 마흔 여덟. 직업은 백수…더하기 프리랜서 번역가. 결혼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산다.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면 굉장한 미남이었고 지금도 굉장히 느낌 좋은 미중년이라 카페에 오는 아가씨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은데 어째서 결혼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엄마 말로는 연애운의 별이 비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이 없을 때엔 엄마와 카페에서 일하거나, 아빠의 조수 아마츠 군이 바가지 긁혀(하여간 아빠는 아직까지 힘도 좋아서, 수틀리면 그 좋은 사람에게 온갖 격투기 기술을 시전하며 못살게 굴고 있다) 도망가면 찾아 오거나 하며 한가하게 지낸다.
"엄마는?"
"누님은 커피 원두 좋은 게 들어왔대서 보러 나가셨습니다. 사쿠라이 씨는 오늘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아빠는 천문대에서 일한다, 별 오덕이니까) 야근이시고요. 하나 씨 배 고프지 않나요? 뭐 먹을래요?"
참 이상한 일이지만 삼촌은 나를 하나 씨라고 부르며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늘 웃으며 '그게 습관이 되어서요'라고 대답해 주었다. 아빠의 증언에 따르면 내가 태어나기 전 부터 하나 씨라고 부르며 꽤나 깍듯하게 대했다는데(그러니까 내 이름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거다)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배 고프지 않아. 그런데 삼촌, 지금부터 두 시간 정도 누가 나 찾아와도 없다고 그래. 저얼대! 특히 머리 번개 맞은 것 처럼 올리고 가죽 잠바 입고 바이크 타고 다니는 사내자식! 걷어차서 쫓아내도 좋아! 아니 쫓아내 버려! 경찰을 불러!"
"무슨 비러먹을 짭새냐 짭새는!"
아, 벌써 쫓아왔네. 끈질긴 자식!
삼촌의 머리 위로 물음표 대여섯 개가 뜨는 것과 동시에 문이 박력있게 열렸다.
문을 연 녀석은 머리를 번개맞은 것처럼 올리고 꼴에 좀 노는 것처럼 가죽잠바와 체인 허리띠를 두른 사내자식이었다. 이름은 오니지마 모모(鬼島 桃). 생긴 것 처럼 논다고 이 근방에서 굉장히 유명한 싸움꾼이지만, 아쉽게도 불량배는 아니다. 불량배의 길을 걷기엔 대단히 멍청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녀석에 대한 내 전적은 30전 30승 0패.
"이 몸, 등자-#@%$#^%$@^%$@&@$%!?!?!?"
문은 열었으되, 녀석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문 바로 앞이 계단이다. 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리라.
꼴사납게 굴러 계단 아래 대(大)자로 엎어진 모모는 팔다리만 슬쩍 경련할 뿐 별 움직임이 없었다. 가게 손님들이 놀라 돌아보고, 료타로 삼촌이 으아아아아 저 사람 죽은 거 아닐까? 하고 경악했지만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야쿠자까지 섞인 21명과 싸워 이긴 녀석이다(1대 21은 아니고 4대 21이었지만). 설마 죽었으려고.
"죽었으면 가만 있고 안 죽었으면 당장 껒여. 신성한 밀크 디퍼에 너 같이 4도 못 세는 멍청이를 들여놓고 싶진 않거든."
개구리처럼 자빠져 있던 모모가 발딱 일어나 앉았다.
4를 못 센다는 건 사실이다. 초등학생 4학년 때 까지는.
"지금은 셀 줄 알아! 그 땐 초등학생 때였다고! 그건 그렇고 하나 코딱지 계집애, 너 당장 바이크 열쇠 내놔. 학교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단 말이다!"
"바보니? 택시라도 타고 올 일이지."
"잠시만…요."
어라?
삼촌이 남의 이야기 도중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끼어드는 건 처음이다. 큰 소리랄까, 삼촌은 굉장히 당황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눈 속에 숨은 빙판을 밟아 넘어지며 커피 콩 포대가 찢어져 콩이 빙판에 와르르 쏟아지는 모습을 볼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맹한 표정으로 나와 삼촌을 번갈아 바라보는 모모의 앞에, 삼촌이 살짝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고는 굉장히 절박한, 간절한 목소리로 녀석에게 물었다.
"혹시 이름 중에 모모…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모모가 엥? 이 아저씨 누구?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삼촌의 질문에 후딱 대답하라는 뜻에서 녀석의 머리를 친히 쥐어박아 주었다.
"이씨…너 이따 두고 보자. 나는 오니지마 모모라고 해. 근데 아저씨는 누구야?"
"오니지마 모모…역시, 모모군요. 저는 노가미 료타로입니다. 하나 씨의 외삼촌이지요."
"아-?! 아저씨가 그 노가미 료타로야? 나, 아저씨가 번역한 그 만화책, 그 뭐지, '개구리 충사 게로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
"만화책 이야기 뿐입니까 너란 녀석은. 삼촌은 유명한 소설책도 잔뜩 번역했단 말이다!"
"소, 소설도 읽었어! 아니 읽을 거야!!! 내가 뭘 읽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삼촌은 따스한 표정으로 우리의 바보같은 대화를 듣고 있었다. 내가 학교 이야기나 드라마 이야기를 떠들 때 마다 보여주던, 그 안온하고 평안한 웃음이었다.
"번역물이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어 감사합니다. 분명 작가들도 기뻐하실 겁니다. 그런데 손, 굉장히 아플 것 같은데 치료해 줘도 될까요?"
자빠지면서 어디 긁힌 모양인지 녀석의 손등에 피가 맺혀 있었다. 괜찮아, 침 발라두면 나아- 하고 모모가 상처를 핥으려는 걸 삼촌이 덥석 손을 잡더니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진지하고 다정하게, 말했다.
"내가 걱정되어서 그렇습니다."
꺄악, 삼촌 멋있어. 상대가 모모 따위 바보 멍청이가 아니었으면 당장 장가 보냈을 거야.
머뭇대던 모모가 겨우겨우 손을 내밀었다. 모르는 사람에겐 일단 으르렁대고 보는 녀석인데, 삼촌도 그렇고 삼촌이 번역한 만화책 앞에 무릎을 꿇은 것 같다.
"모모 군은, 싸움을 많이 하는 편이지요?"
"어? 하지만 그건 녀석들이 먼저 시비를…!"
"모모 군이라면 분명 허투루 싸움을 먼저 벌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모모가 시베리아 벌판에 투척된 메○트론만큼이나 조용해졌다. 모모는 멍청해서 남의 악의는 제대로 갚지만 선의나 호의에는 어쩔 줄 몰라하는 놈이다. 그렇다고 너 우리 삼촌 넘보면, 정말 거적때기에 돌돌 말아 오다이바 관람차 꼭대기에서 던져 버린다.
삼촌은 그런 녀석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그만큼 따스해 보이는 손길로 약을 발라 주었다.
"하지만 몸은 조심해 주세요."
"…죄송합니다아아아아."
"죄송은 한 번이면 충분하답니다."
"어? 내가 아저씨에게 전에 사과 한 적 있어?"
"아아…그렇죠, 오늘 처음 만난 사이죠. 이건 잊어 주세요. 예전 일과 좀 혼동했나 봅니다."
예전 일?
무슨 일인지 영 알 수 없어 더 캐어 물으려던 찰나, 모모의 전화벨이 울렸다.
착신음으로 봐서, 분명 '그 녀석'이다. 또 작당질을 해서 뭔가 사고를 칠 모양이군.
"뭐냐 거북이. 바이크? 몰라, 하나 코찔찔이 계집애가…뭐?! 꼬맹이랑 곰탱이가 바이크를 어쨌다고?! 으아아아악 안 돼!"
다시 한 번 모모의 까무러칠 듯한 비명소리가 가게를 뒤흔들었다. 그래, 그 노란 곰탱이의 손에 걸리면 뭐든 해체는 순간이지.
전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일부러 듣는 게 아니다, 모모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다 들리는 것 뿐이야!) 삼촌이 조용히 물어왔다.
"거북이, 곰탱이, 꼬맹이…다 친구들인가요? 내 예상이 맞다면, 이름 중에 우라, 킨, 류가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만…."
"에에에에엑?! 우왓 삼촌, 설마 제 육감에 눈을 뜬 거야?!"
이십 몇 년 전에 인기있었다던 욘사마랑 꼭 닮은 바람둥이이며 거짓말의 대가 카메하마 우라(龜浜 浦).
오사카에서 전학 온, 쓸데없이 힘만 세서 학교 비품이란 비품은 모조리 한 번씩 박살내어 본 쿠마야마 킨이치(熊山 金一).
세계 비보이 경연대회에서 준우승까지 갔던 팀의 에이스이자 동물 매니아인 초딩녀석 시온 류타(紫音 龍太).
이쯤 되면 삼촌이 갑자기 신내린 것 아닌가, 하고 좀 무서워지는데요오.
나는 몹시 당황하면서 삼촌에게 대학에서 새로 사귄 녀석들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친구랄까 여튼 어쩌다보니 얽히게는 되었어도 저엉말로 얼굴 빼고 쓸 데 하나 없는 한심한 녀석들이다. 하지만, 삼촌에게 녀석들의 이야기를 해 준 적도 없고 녀석들도 이 가게에 찾아온 적은 없을 터였다(여자 손님이 많다는 사실을 알면 우라녀석은 분명 부리나케 튀어올 지도 모른다, 아니 아르바이트를 자원하겠지).
내딴에는 개그와 악의를 적절히 섞어 말한 건데, 듣는 삼촌은 굉장히 진지했다. 뭔가 무서울 정도로 깊이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군요. 다들 여기 있었군요…다행이야. 역시 다시 만날 수 있었어."
"에? 삼촌, 무슨 말이야? 하나도 이해가 안 가."
삼촌이 손으로 눈을 비볐다. 손등에 묻어나는 저것은, 눈물이다.
어라?
왜 삼촌은 그 녀석들 이야기를 들으며 우는 거지? 삼촌은 어떻게 모모부터 시작해서 그 시끄러운 녀석들의 존재를 알아맞힌 걸까? 게다가 그 녀석들의 이야기에 오랫동안 알아 왔던 친구 소식을 듣듯이 반응하는 건, 도대체 뭐야?
"왜 그러냐니까, 좀 알려 줘! 삼촌이 그러니까 궁금해 죽겠잖아."
삼촌의 소매를 붙들고,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를 때 처럼 떼를 썼다.
분명 삼촌은 이야기 해 줄 거야. 이렇게 소매를 잡고 흔들면 뭐든 말해 주었으니까. 시간 여행을 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도, 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불행한 남자아이의 이야기도 실컷 해 주었으니까. 거짓말이라도 진짜라도, 말해 줄 거야.
하지만 삼촌은 내 기대를 배신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젠 이렇게 졸라도 들어 주지 않을 정도로 내가 커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속어로는 약발이 안 선다는 거겠지.
삼촌이 다시 한 번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은, 정말로, 정말로 기쁘게 웃고 있었다.
꼭 그리운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그저, 옛날 일이 생각나서요."
그래, 궁금하긴 하지만, 말 안 해 줘서 속상하긴 하지만, 소중한 삼촌이 웃는 것으로 만족하자.
속을 모르는 모모만이, 나와 삼촌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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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여름철의 대삼각형 세 별 중 하나인 데네브는 한자로는 천진(天津)이고 일본어로는 아마츠이빈다…중얼중얼
료타로는 덴라이너즈들과 작별했지요. 그리고 데네브도 유우토를 원래 있던 시간에 던져둔 뒤 제로라이너와 함께 홀랑 가 버렸다는 설정. 몇 년 후 유우토가 사쿠라이 상으로 다시 노가미 남매와 만나 다시 속도위반 결혼을 하야 태어난 하나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의 이야기입니다. 후후.
네? 하나는 특이점이라 잊지 않는다구요? 이건 2007년의 료타로에게 나타난 하나가 아니라 그 이후 새로 수정된 시간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최종 수정된 2008년 이후의 시간 속에선 애초에 하나가 료타로에게 오지 않았던 겁니다! 유우토는 2007년 이전으로 되돌아갔으니 기억을 잃지 않은 거구요!!! 중요한 건 모에이지 설정이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세요! 저도 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원래 그러려니 하세요. 음하하하
# by | 2008/05/26 01:56 | 중얼중얼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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